지난 5월 30일 양태오 디자이너의 작품을 뉴욕 링컨센터에 전시,기증함을 축하하는 작은 음악회가 태오홈 계동 한옥에서 열렸습니다. Chamber Music Society of Lincoln Center(CMS)의 최연소 비올리스트이자 줄리어드 음대 최연수 교수인 Matthew Lipman과 바이올리니스트 Arnaud Suessmann의 특별한 연주가 여름 밤의 계동 한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이날 음악회에서는 CMS의 예술감독인 David Finckel(Cello)과 Wu Han(Piano)이 함께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Three Cups in a Box
Earthenware from Gaya Era, 3D Printed Photosensitive resin, wood and acrylic frame 425*245*h 425mm / 2018 / TeoYang
아티스트 양태오의 작업은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것에 대한 향수를 보존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발굴 되어진 유믈들은 영겁의 망각을 지나 표면으로 떠오른 기억할 수 없는 향수의 파편이다. 2천년동안 이어진 기억과 기록의 증거이자 앞으로 이어질 끝없는 상상을 제공 하게 될 이 아티팩트들은 양태오에게 영감과, 고민과, 자부심과 미래를 주입 하는 원천이다.
20세기에 감속 없는 가속을 시작한 정보혁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눈을 뜨는 매 순간이 격세지감으로 만연한 질주 하는 사회로 만들고 있다.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속도의 한계치로 변화하는 지금 세상은 음미와 사유와 상상보다 직관적인 자극과 충격을 선호 하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은 희미해지고 과거는 망각의 대상이 되었다. 미래는 과거와 단절을 시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현재를 잃고 있다.
유물은 굳건히 과거를 지킨다. 우리가 지금도 만들어 내고 있는 아티팩트들은 미래가 과거를 엿보는 창문이 될것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미래가 준비 될것이다. 양태오의 작업은 사방이 막혀버린 공간에 창문을 여는 작업이다. 우리의 현재가 과거와 이어지고 그것이 미래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우리는 현재 단절의 극단을 치닫고 있다. 바로 어제가 오늘과 단절 되었음은 가짜 정보와 어제와 다른 오늘의 원칙이 방증한다.
양태오는 한옥의 구조에 탐닉 하는 디자이너로서 하나의 방이 다른 방으로 창을 통해 이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 한옥의 창을 통해 공간은 확장하고 변화하고 휴식하고 넘어간다. 양태오의 작업은 막혀버린 방에 창을 트는 작업이다. 그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엮는다.
10여년의 기간에 걸쳐 직접 수집한 가야 시대의 토기를 그는 사진과 스케치 그리고 3D 스캐닝을 통한 디지털 포맷으로 기록해 왔다. 그렇게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진 토기의 클론은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며 투명 박스라는 작은 공간 안에 가야의 토기와 복제품이 서로 나란히 조우 하게 된다. 손으로 만든 것과 기계가 만든 것, 흙과 플라스틱, 고대와 21세기의 한국 등. 잊혀져 가는 사물에게 주어진 새로운 무대는 다양한 대비를 나열 하며 앞으로 우리 시대에 드러날 많은 변화에 대한 연민과 고민을 담고 있는 듯 하다.
-큐레이터 김성협-